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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4/07/30 울트라마린, 가장 값비싼 예술물감 (8)
2004/07/30 21:54

울트라마린, 가장 값비싼 예술물감 Etc2004/07/30 21:54

화가들이 사용하는 '울트라마린'은 시대를 불문하고 가장 값비싼색이다. 오늘날에는 역사적인 물감의 애호가들을 위해서 진짜 울트라마린이 생산되고 있는데 최고의 품질은 kg당 가격이 1,500만원에 달한다.

Les Parapluies - Renoir, Pierre-Auguste

Les Parapluies - Renoir, Pierre-Auguste



광채가 아름다운 파랑, 울트라마린의 역사는 고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울트라마린은 준보석에 해당하는 청금석으로 만든다. 청금석은 불투명하고 짙은 파랑에 하얀 줄이 나 있고 황금빛 조각이 섞여 있다. 옛날 사람들은 이 금빛 조각을 황금이라고 생각했다. 청금석은 금광이나 은광에서 발견되어 그 조각이 황금처럼 광채가 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고양이 황금'이라고 불리는 황철黃鐵이다.

청금석

청금석



'울트라마린'은 '바다 건너편'이란 뜻으로 청금석의 원산지를 가리키는 말이다. 청금석이 인도양, 카스피해, 흑해의 건너편에서 생산되었기 때문이다.

청금석은 대리석과 비슷한 돌이다. 곱게 갈고 빻아서 분말로 만들고 이를 접착제와 섞으면 '울트라마린'이 된다. 울트라마린은 수채화 물감, 수용성 도료, 유화 물감으로 가공된다.

Molly, Duchess Of Nona - Frank Cadogan Cowper

Molly, Duchess Of Nona - Frank Cadogan Cowper



유럽 예술사에서 가장 고귀한 울트라마린은 베리 공작을 위해 그린세밀화 「호화로운 기도서 Les tres riches heures du Duc de berry」에서 찾아볼 수 있다. 양피지에 수용성 도료로 그린 이 시리즈화는 책으로 제본되었는데 1410년경 랭부르 출신의 세 형제가 그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랭부르 출신의 세 형제 파울, 헤르만, 요한은 대단히 존경받는 궁중화가였지만 그들의 성姓은 알려져 있지 않다. 당시에는 화가의 이름을 그림에 적어넣은 것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베리 공작의 회계장부에도 '랭부르의 형제' 라고만 적혀있다. 이들은 성경에 나오는 이야기를 주로 그렸지만 궁중 생활과 점성술 모티브가 들어간 달력 그림도 그렸다. 그들은 그림을 그릴때 언제나 울트라마린을 사용했다. 울트라마린은 그들의 그림에서 지배적인 역할을 했는데 그것은 그들의 그림이 사치품이기 때문이었다. 베리 공작이 주문한「호화로운 기도서」도 공이 매우 많이 들어간 값비싼 작품으로 오늘날까지도 그 파랑이 광채를 잃지 않고있다. 이 그림 시리즈는 회화 예술의 정점으로 인정 받고 있다.



Les tres riches heures du Duc de berry - Limbourg Brothers, Herman, Jean, Paul

Les tres riches heures du Duc de berry - Limbourg Brothers, Herman, Jean, Paul


1508년 알브레히트 뒤러Albrecht Durer는 프랑크푸르트의 상인 야콥 헬러로부터 제대祭臺 그림을 주문받았다. 뒤러는 그 그림을 그리는 데 필요한 울트라마린을 구하기 위해 지불한 금액의 액수를 적어 보냈다. "나는 1운츠의 훌륭한 울트라마린 값으로 12두카텐짜리 작품을 주었습니다." 그러니까 뒤러는 작품을 팔아 받은 12두카텐(황금 41g)과 1운츠(30g)의 울트라마린을 맞바꾼 것이다. 오늘날은 그 당시만큼 황금이 비싸지 않다. 그때에는 황금의 생산량이 훨씬 적었지만 금전을 만들기 위한 수요는 엄청났다. 이 점을 고려해 볼 때 당시의 황금은 적어도 오늘날의 열 배의 가치를 지녔다. 그런데도 41g의 황금(오늘날에는 수백만 원의 가치)으로는 뒤러의 작품을 사기 힘들었다. 그 정도로 뒤러는 가장 비싼 화가였다. 그는 동판화 작품만을 교환했는데 그의 판화들도 매우 비싸게 매겼다. 울트라 마린 1운츠면 기껏해야 판화 서너 점 값에 해당될 뿐이었다.

뒤러는 야콥 헬러에게 보낸 편지에서 제대 그림을 위해 '훌륭한' 품질의 울트라마린을 구했다고 적고 있다. 당시 울트라마린은 품질이 천차만별로 광채가 아름다울수록 가격도 비쌌다. 뒤러의 주문서를 보면, 그림의 어느 부분에 어떤 품질의 울트라마린을 얼마나 사용했는지 정확히 기록되어 있다. 울트라마린의 가격은 별도의 계산서에 적혀 있다. 하지만 그의 작품을 보면 울트라마린이 거의 광채를 내지 않는다. 그는 저질 울트라마린을 썼던 것일까? 결코 아니다! 옛 회화작품을 보면 색이 여러 겹으로 덧칠되어 있는데 이렇게 겹쳐진 색의 시각적 혼합에서 다양한 톤의 색이 생겨나고 있다. 옛 대가들은 언제나 검은 바탕부터 시작했다. 그래서 울트라마린의 광채가 꺾인 것이다. 하지만 그 역시 의도적인 것이었다. 순수한 울트라마린은 너무도 강렬해서 다른 모든 색을 억누르기 때문이다. 뒤러의 작품에서 광채가 나는 파랑을 찾아보기 어려운 또 다른 이유가 있다. 19세기에는 그림에 갈색 빛이 도는 바니시를 덧칠하는 것이 유행이었다.

빛나는 색은 천박하고 유치하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었다. 위대한 독일의 화가 뒤러의 작품은 '갈색 소스의 덧칠'이 특히 두껍다는 것이 오늘날 복원 전문가들의 말이다. 이 바니시 층은 현재 벗녀낼 수 있는 데까지 벗겨내는 중이다. 바니시 층을 제거한 옛 대가들의 작품을 보면, 예전에는 짐작도 못했던 색들이 광채를 발하고 있다. 랭부르 출신의 세 형제는 양피지에 순수한 파랑을 그렸기 때문에 그대로 보관될 수 있었다. 양피지에는 바니시를 덧칠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1834년, '울트라마린'이 처음으로 화학적으로 생산되었다. 화학적인 '울트라마린'은 오늘날 품질에 따라서 kg당 1만~3만 원의 가격으로 판매된다. 이제는 준보석인 청금석도 인공적으로 생산된다. 그 때문에 청금석 장신구의 가격이 그렇게 천차만별인 것이다.

파란색을 만들기 위해 예전에 많이 쓴 또 다른 색소로 아추리트azurit가 있다. 아추리트도 파란 돌에서 얻는다. 하지만 아추리트는 울트라마린처럼 빛나지 않으며 값도 비싸지 않지만 이제는 역사적인 의미만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1775년 '코발트 블루'라는 이름의 새로운 파랑이 생산되었다. '코발트 블루'는 코발트 광석에서 얻는다. '코발트'라는 이름은 'Kobold(요정)'에서 유래한다. 캄캄한 탄광속에서 파랑게 빛나는 코발트가 꼭 요정의 눈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코발트 블루'는 붉은빛이 약간도는 매우 강렬한 톤의 파랑이다. 반 고흐van Gogh는 '코발트 블루'를 신성한 파랑으로 만들었다.

'코발트 블루'는 천재적인 위조 화가 반 메헤렌van Meegeren의 발목을 잡은 덫이기도 했다. 그는 1935년경 베르메르Vermeer(1632~75)의 작품을 위조했는데 그때는 베르메르의 진품에 사용된 진짜 울트라마린이 시장에서 사라진 지 오래였다. 그는 고생 끝에 오래된 울트라마린을 구했지만, 거기에는-베르메르의 시대에는 존재하지 않았던-코발트 블루가 소량 섞여 있었다. 그래서 화학적인 분석 결과 위조자의 정체가 밝혀진 것이다.

파랑은 회화에서 가장 고귀하고 상징학에서도 신성한 색이지만, 옷에는 흔하게 사용되었다. 1570년 교황 피우스 5세는 제례 때 미사를 드리는 사제가 입는 옷과 제대보, 그리고 강독대 장식에 사용되는 색을 정하면서 교회에서 파랑을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 파랑이 너무 평범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섬유 염색에서 가장 유명한 인디고indigo가 범인이었다. 인디고는 언제나 싸구려 색이었다. 인디고는 유화 물감, 수용성 도료, 수채화 물감으로 제조되었지만 색이 흐릴 뿐만 아니라 햇빛에 약해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역사적인 색의 애호가들은 오늘날까지도 진짜 인디고로 만든 수채화 물감을 사용한다. 하지만 색 전문가들은 인디고의 파랑이 빛에 약하기 때문에 사용을 권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는 인디고 블루라고 판대되는 것은 화학적으로 합성한 것이다.

화가의 파랑은 비싸고 고귀하지만 염색가의 파랑은 값싸고 질이 떨어진다. 파랑은 가격에 따라 의미가 변하는 색이다.

출처


에바 헬러, 색의 유혹에서 발췌

(책에 있는 내용을 그대로 키보드로 쳐서 옮겼기 때문에 오타가 있을 수 있습니다. 양해해 주세요.)
Posted by HIGHMACS